왜 Tesla를 좇는가
Tesla는 지난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Valuation을 형성하고 있다.
주가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P/E 비율에 대해 생각해보자. P/E 비율은 주가를 EPS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실적에 대해 주식 시장은 몇 점의 점수를 주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Tesla는 50 배 내외의 P/E를 받고 있다. 흑자 전환이 오래되지 않았기에 성장세가 높을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5~6배 수준의 한국 자동차 업종의 P/E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높다.
대당 시가총액을 비교해보더라도 비슷한 결과이다. 판매 대수는 매출로 연결되는 주요 변수이기에, ‘차량을 판매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가늠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대당 $7,600, $8,600 내외의 가치를 받으며, 기존 완성차 업체는 평균적으로 $13,000 내외의 가치를 받는다. 이에 비해 Tesla는 대당 $487,000의 가치를 받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서의 선두업체라는 이유만으로 합리화하기에는 전기차 전환이 두드러지는 BYD와 자율주행까지 더해진 NIO보다도 높다.
자동차 업종을 넘어서는 높은 수익성이 핵심
Tesla의 높은 Valuation을 정당화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동차 업종을 넘어서는 높은 수익성이다. 자동차 업종은 제조업 특성상 P/Q/C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다. 게다가 시장 규모는 2010년~2016년의 연속적인 성장 이후 정체되어있다. 그렇기에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현대차를 예시로 들자면 P의 상승을 중심으로 최근 외형 성장을 기록하였지만, 원가 절감의 폭은 제한되어 있다. 특히 판매관리비 비중은 일정 수준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러나 Tesla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외형 성장, 원가 혁신과 판매 구조 개선 등의 비용 절감에 따른 이익 성장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기반으로 Tesla의 높은 대당 시가총액, P/E 비율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주식 시장은 Tesla가 한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 앞으로의 개선 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석된다.
SDV를 중심으로 일궈낸 P/Q/C의 혁신이 비결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기에, 앞으로 기대가 크긴 하지만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제외하면 SDV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재무 구조가 비결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Tesla는 2014년부터 OTA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현대차그룹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2025년부터 SDV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왜 Tesla의 이익 개선 폭이 높은지, 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Tesla를 좇아 SDV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P/Q/C 중심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매출) SDV 로 달라진 판매구조
우선 매출은 판매량과 차량 가격의 곱으로 구성되며, 차량 제조 후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판매 구조에 따라 가격 요소가 변화한다. 국내 시장은 자동차가 공장에서 출고된 뒤 판매 법인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지만, 해외 시장은 판매 법인이 딜러에게 판매하고 딜러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다.
그 과정에서 판매 법인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재고를 관리한다.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Cash Rebate 는 매출에서 직접 차감되는 요소이다. 그렇기에 기존 완성차 업체의 ASP 는 MSRP*Mix-인센티브±환율효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Tesla 는 딜러망이 없는 직판매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직판매가 금지된 주도 있지만, 직판매가 가능한 주 내에서 소비자에게 차량을 직접 배송한다. 이러한 판매 구조에서 독특한 가격 정책이 파생되었는데,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 대신에 MSRP 를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경한다.
즉, 일반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것과 같이, Tesla 는 MSRP 를 조정한다. MSRP 인하와 인센티브 제공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중간 개입자인 딜러의 수익이 제외되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 개선이 가능한 구조이다.
이러한 직판매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SDV 기술이다. SDV 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통해 하드웨어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형 모델과 구형 모델 사이의 수요와 공급 차이, 자동차의 유지보수에서 수익을 얻는 딜러와 소프트웨어로 손쉽게 하드웨어의 성능을 개선하는 Tesla 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다.
(매출총이익) SDV 의 선제조건은 부품 공용화
매출총이익률(GPM)은 2022 년 연간 기준으로 Tesla 가 25.6%,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19.9%, 20.8%이다. 매출원가는 크게 원재료비, 노무비, 경비로 구성되며, 원재료비는 변동비의 성격이 강하지만 노무비와 경비는 고정비의 성격을 띤다. 매출총이익률은 제조사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업체 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편임에도 Tesla 는 더 높은 마진을 달성해왔다.
매출총이익 단의 높은 마진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부품 공용화이며, 이는 SDV 로 나아가기 위한 선제조건이다. 우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엔진 관련 부품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 부품의 개수가 3 만 개에서 1.5 만 개 수준으로 감소된다.
부품 개수가 줄어들면서 핵심 부품을 통폐합하는 공용화가 용이해졌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등장했다. Tesla 는 Carbon-Sleeved Rotor 를 제외하고는 모터의 고정자, 인버터 커버 등 많은 부품들을 다른 모델 간에도 동일하게 사용한다. 이러한 부품공용화는 고정비 절감의 폭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차급과 관계없는 부품 공유는 제조 원가를 약 20% 절감할 뿐만 아니라 차량 개발의 복잡도를 낮춰 SDV 가 가능해지도록 한다.
전장화가 진행된 일반 자동차 업체의 현행 모델은 차량 내에 약 100 개 이상의 ECU 를 필요로 하며, 이를 하나로 통합하여 소프트웨어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1 억 줄 이상의 코드라인을 재작성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 년까지 차세대 공용 플랫폼인 eM 과 eS 를 개발하여 기능 집중형 소프트웨어 아키텍쳐를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업이익) 마케팅비, 연구개발비, 판매보증비 절감에 기여한 SDV
영업이익률(OPM)은 2022년 연간 기준으로 Tesla가 16.8%,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6.9%, 8.4%이다.
판매관리비는 말 그대로 판매와 관리에 관한 각종 부대비용으로, 각 업체별 비용 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비해, Tesla는 판매관리비의 지속적인 절감을 기록하고 있다.
판매비에는 수출비, 해외시장 개척비, 광고, 판매수수료, 운반비, 판매보증금 등이 포함되고, 관리비에는 급여, 복리후생비, 각종 수수료, 연구비 등이 포함된다. 다양한 항목이 있지만 그 중 광고비, 판매보증비용, 연구개발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를 중심으로 SDV 기술의 효용과 Tesla의 전략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우선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은 브랜드 경쟁력과 수요로 이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비/판촉비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Tesla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기반은 역시 높은 브랜드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충성도이다.
Tesla는 자동차 계의 Apple로도 많이 비유된다. 폐쇄적인 이익 생태계를 구현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였다는 점이 크다. J.D.Power에서 매년 발표하는 기술과 상품 만족도 조사에서 Tesla는 높은 점수를 유지해왔다. 이는 Tesla의 기술력과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도를 설명해준다.
둘째로, SDV로 인해 가능해진 직판매 구조도 광고비/판촉비 절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Cash Rebate는 매출 직접 차감 요소이지만, 그 외에도 판매 부스 설계, 마케팅, 광고 등의 비용은 모두 광고비/판촉비에 포함된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 신차 런칭에 따른 판촉비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Tesla는 직판매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고비/판촉비에 해당하는 판매관리비를 절감하는 것이 가능했다.
셋째로, 신차 사이클이 길어진다. 소프트웨어로 차량을 업데이트하여, 차량을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소프트웨어가 일정 주기로 출시하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대체할 수 있기에, 이는 개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로, 판매보증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완성차 업체들은 소비자에게 특정 보증 기간동안 사후 무상 서비스를 약속한 뒤, 교체율, 부품 교체 비용, 공임비 등을 고려하여 대당 일정 금액의 충당금을 적립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차별화된 Warranty 정책을 가지고 있기에 판매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소프트웨어로 리콜 서비스를 대신할 수 있다면 부품 교체 비용과 공임비가 지출되지 않는다. 즉, 추가적으로 판매보증충당금을 적립할 일이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아직 전기차 산업이 초입이기에 기술적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 엔진/변속기 등 동력 계통 위주로 판매보증충당금을 적립해왔기에 SDV 가 파워트레인까지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빠른 비용 절감은 어렵겠다.
그러나 기술이 점차 발전하고 궁극적인 SDV 로 나아가면서 판매보증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GM, Ford, Tesla, 현대자동차, Marklines, Bloom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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