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ig Tech 기업들의 자체 ASIC 개발 확대
지금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철저한 분업화와 적절한 타겟 시장 창출을 통해 성장 해 왔다. 다시 말해, 팹리스 업체는 칩 설계만 하고,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만 담당했으며, 제조사들은 팹리스 업체들의 기성 제품을 잘 활용해 완성품을 만들기만 하면 됐다. 파운드리의 고객은 단순히 팹리스에 국한됐고, 제조사들은 팹리스 업체하고만 거래하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생태계가 빠르게 뒤바뀌고 있다. Big Tech 기업들이 자기네들의 쓰임새에 정확히 맞는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게 되면서부터다.
애플이 반도체를 설계해 온 것은 아이폰부터이니 벌써 10년이 넘은 이야기고, 테슬라가 자체 반도체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AI 기술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기성 반도체를 쓰기도 하지만, 더욱 최적화된 자기들만의 반도체 제품을 원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스마트폰과 크롬북에 쓸 CPU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자동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테슬라를 제외한 자동차 OEM들이 기성 반도체를 주로 쓰고 있지만,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자체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Nikkei Asia Research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테크 기업들도 자체 반도체를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애플은 2020년 11월, 반도체 설계에 있어 또 한번의 이정표를 세웠다. 애플 실리콘(M1)을 적용한 PC 제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M1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이유는 이 칩이 인텔이나 AMD가 공급하는 x86 기반의 CPU가 아니라 ARM 코어 기반의 CPU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ARM 코어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저전력 기기용으로 개발된 것이므로 성능 측면에서는 x86 기반의 CPU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아키텍처가 다르고, OS 역시 다르다. 지난 30여 년간 인텔이 PC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PC CPU는 AMD 외에 경쟁자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빠른 속도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 출시했다. 작년 4월, 아이맥과 아이패드 프로에도 M1 CPU를 적용하게 됨에 따라 자사가 보유한 제품 라인업의 생태계를 통합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제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최상위급 맥북과 아이맥만 남은 셈이다.
작년 말 한층 업그레이드된 M1X가 공개되면 맥북의 상위 기종인 16인치 맥북 프로에도 애플 실리콘이 탑재되었으며, 올해 M2가 등장하면 상위 아이맥 기종도 자체 생태계 내에 진입하게 된다. 아이폰에 쓰이는 A시리즈와 M1 계열 CPU는 기본적으로 모두 ARM 코어 기반이므로 향후 통합된 OS와 UI가 적용되어 깔끔한 애플 생태계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은 이외에도 인텔로부터 인수한 모뎀 칩 사업을 기반으로 5G 모뎀도 개발 중에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인텔과 퀄컴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테슬라 역시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면서 기존 자동차 OEM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하기 시작했고, 2019 년부터 자체 설계한 ASIC 칩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하면서 한 세대 앞선 기술을 선 보이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인프라가 받쳐줘야 하지만, 이제서야 엔비디아, 모빌아이와 같은 기성 반도체를 사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시작하는 자동차 OEM들에게 긴장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내년 선보일 HW4.0 칩은 삼성전자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당초 HW4.0이 TSMC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알려졌던 점을 감안하면 파운드리 업계가 테슬라를 붙잡기 위해 얼마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파운드리의 고객사가 이제는 단순히 팹리스 기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테슬라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8월 테슬라 AI Day에서 AI 반도체인 Dojo(D1) 칩을 발표했다.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추론을 담당하는 칩이 필요한데, D1은 훈련을 담당하는 칩이다. 대개 인간 두뇌의 신경망을 본뜬 딥러닝 모델에 대용량의 데이터를 훈련시킨 후, 추론을 통해 실제 비즈니스 케이스에 응용되게 된다. 훈련용 AI 칩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여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추론에 비해 훨씬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테슬라가 D1 칩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차량 판매가 증가하게 됨에 따라 차량의 카메라가 수집하는 이미지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GPU 사용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동사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년 만에 6~8배의 GPU가 필요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10년 내에 100배의 GPU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 누적 판매된 100만 대 이상의 테슬라 차량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신경망 훈련을 통해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데, 이를 커버하기 위해 자체 훈련용 AI 칩인 D1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D1 칩은 50만 개 이상의 노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동사는 이 25개의 D1칩을 하나의 타일로 구성해 초당 36TB(테라바이트)의 용량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동사는 이 Dojo 시스템이 기존 대비 5분의 1 공간만 차지하고, 성능은 4배 개선되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데이터센터 기업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처리해야 할 실시간 데이터가 방대하다 보니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한 사례이다.
구글은 인터넷 기업 중에서 자체 반도체 개발에 가장 관심이 많은 기업이다. 데이터센 터용 AI 칩부터 스마트폰용 AP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동사는 데이터센터용 NPU의 일종인 TPU를 개발해 왔고, 벌써 4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TPU를 개발했으니 이미 5년 넘게 자체 ASIC 반도체를 설계 중에 있다. 지난 6월 공개 된 MLPerf 데이터를 보면, 기존 TPU v3 대비 2배 이상 개선된 것을 알 수 있고, 일부 평가지표에서는 nVidia의 A100 대비 나은 결과값을 보여줬다.
동사는 클라우드 사업을 영위하면서 고객들에게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등 각종 인공 지능 API를 제공하는 PaaS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는데, 고객들이 주로 쓰는 서비스의 품질과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자체 ASIC 반도체를 개발한 것이다.
MLPerf는 전세계 AI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을 들고 나와 벤치마킹 점수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으로 구글은 매년 참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nVidia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그렇다는 것은 현재 범용 AI 반도체로는 nVidia의 GPU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지고, 이들로부터 받아들이는 데이터가 방대해지면 기성 GPU를 계속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구글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고, 이미 중국의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AI 반도체를 개발 중에 있다.
구글은 올해 8월 스마트폰용 AP인 텐서칩(Tensor Chip)도 선보였다. 이번 가을에 신규 출시될 Pixel6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Pixel 제품의 가격과 사양을 감안하면 하이엔드급 AP는 아니겠지만, AI, 이미지처리 성능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이 Pixel 폰을 많이 팔 때는 연간 850만 대까지 판매한 적이 있다. 향후 중고가 시장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자체 AP를 개발해 원가를 떨어뜨리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능 위주로 개발하기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
동사는 크롬북에 탑재되는 CPU도 자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인텔, AMD 것을 활용하고 있지만, 대량 판매되는 저가 제품 특성상 ARM 코어 기반의 AP 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한화투자증권, 언론보도, Google, Tesla, Apple
뜨리스땅
https://tristanchoi.tistory.com/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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