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슈퍼 을이 되어버린 파운드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곧 파운드리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IT 기기 수요 증가와 자동차의 전장화로 인해 수요처는 증가하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 업체들은 지난해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캐파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했다. 파운드리 공장은 증설에 최소 2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더라도 2023년 하반기에나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TSMC가 향후 3년 간 1,000억 달러 투자를 언급했고, 인텔이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도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신규 공장을 짓는 등 천문학적인 투자 발표가 줄을 잇고 있지만, 공급 부족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 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글로벌 파운드리(GF)를 인텔이 인수하겠다고 나섰지만, GF는 그 제안을 거절한 채 IPO를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추가 증설을 하지 않았던 8인치 파운드리 마저도 수요가 증가해 웨이퍼 단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DB하이텍은 그 이후 주가가 10배 이상 올라 한때 시가총액이 3 조 원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파운드리 업계의 갑과 을이 뒤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완성품 제조사 는 팹리스 기업이 주 거래처였는데, 이제 파운드리 기업까지 만나서 생산을 늘려줄 것 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과거에는 고객이 아니었던 곳마저 자체 ASIC 반도 체 설계에 나서면서 파운드리의 고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팹리스 기업과 파운드리 기업이 협력한다는 것은 한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과거에는 파운드리 업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바꾸면 그만이었지만, 파운드리 업계가 고가 시장과 중저가 시장으로 고착화됨에 따라 그렇게 하기가 까다로워졌다.
특히 고가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단 2곳으로 좁혀졌다. 인텔이 신규 공급자로 참여하기로 했지만, 인텔의 서비스 품질과 신뢰성은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2~3년은 지켜봐야 한다. 팹리스 업체들은 파운드리 업체의 공정 로드맵에 맞춰 제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 업체가 신공정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면, 자연스럽게 팹리스 업체의 신제품 출시 일정도 미뤄지게 된다.
최근 TSMC와 삼성전자의 3나노 개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3나노 전환이 어려운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선폭을 줄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공정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나노까지는 핀펫(FinFET) 구조를 사용하고 있으나 3나노 이하는 기존 구조로는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MC는 핀펫 구조를 그대로 사용 해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인 반면, 삼성전자는 새로운 GAA(Gate All Around) 기술로 3나노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미뤄진 일정은 TSMC 2022년 하반기, 삼성전자 2023년 초반인데, 이 또한 장담하기 어렵다. 아마도 2023년은 되어야 양사가 초기 생산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재미 있는 것은 그동안 잘 언급되지 않았던 4나노 공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부터 4나노 기반의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을 양산했고, TSMC는 올해 하반기부터 4나노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첫 4나노 고객은 애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략적으로 내년도 엑시노스 생산을 확대해 AP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AMD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AMD의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모바일용 GPU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 이 올해 말 양산 예정인 엑시노스2200(Exynos2200)에 적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 자는 ARM이 설계한 GPU인 Mali를 적용해 왔는데, 매년 퀄컴 스냅드래곤 대비 그래픽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직 양산 제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벤치 마킹 점수를 비교하기 어렵지만, AMD GPU 코어의 명성은 익히 알려진 바 있어 기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GPU 코어 변화로 인해 삼성전자는 자신감을 갖고 엑시노스 판매 확대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한, TSMC의 파운드리 캐파가 부족하다는 것도 삼성전자의 전략이 충분히 가능케 하는 점이다. 전세계 모든 고객사들이 TSMC에 매달려 있다 보니 동사는 현재 여유 캐파 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역시 AP가 부족해 스마트폰 판매가 원활 하지 않은데,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국 고객들을 적극 공략해 AP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하이실리콘의 점유율이 급감한 가운데, 이 빈자리를 거의 미디어텍이 가져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디어텍과는 충분히 경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내년도 엑시노스의 점유율은 과거처럼 10% 초반 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한화투자증권, 업계자료, 삼성전자, IC insight, Bloomberg
뜨리스땅
https://tristanchoi.tistory.co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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