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진입은 오히려 기회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경쟁 과열이 아니라 오히려 파운드리 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 애플, 구글과 같은 인텔의 전통적인 고객들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점점 많은 고객들이 자체 ASIC 반도체 혹은 조금 더 가성비가 뛰어난 칩셋으로 옮겨갈 유인이 생겼다.
인텔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직접 하는 IDM 업체였기 때문에 인텔의 입지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파운드리 시장의 기회는 더욱 커진다. 인텔 자신이 파운드리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만 봐도 경쟁보다는 먹거리가 훨씬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텔이 지난 7월 발표한 파운드리 사업 계획을 보면, 아직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기술 이름을 나노 단위로 표기하지 않고 새로운 명칭을 사용했는데, 나노 단위로 치환해서 볼 경우 선두권 업체들과 3년 정도의 격차가 존재한다.
기존 7나노 공정 이름이 ‘Intel4’로 바뀌었는데, 이 공정은 2022년 하반기에 처음 양산될 것 으로 전망된다. 이미 TSMC와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양산해 왔고, 2022년 하반기에 양사는 4나노 공정을 대량 양산 중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Intel20A”부터 기존의 핀펫(FinFET) 대신 리본펫(RibonFET)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가 적용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에 활용할 예정인 GAA와 유사한 기술이다. 핀펫의 경우 채널(Fin) 개수를 늘릴 경우 칩 면적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리본펫의 경우 채널(Ribbon)을 스택 형태로 쌓아 올려 더 작은 면적에 서 동일한 Drive Current(전류)를 얻을 수 있다.
파운드리 산업의 특성상 업계 표준은 없지만, 서로가 개발하는 기술이 기존의 문제점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후발주자인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를 벤치마킹 해야 만 하는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다.
동사는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라는 후공정 기술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이 기술은 SiP와 같은 3D 패키징 기술과 유사하다. 여러 칩 다이(Die)를 하나의 패키지 기판의 배선에 연결해 전력효율을 높이고, 전송 속도는 높이는 것이 주안점이다. 우리가 지난 3월 23일 발간한 <격변하는 프로세서 시장: 파운드리만 성장한다> 보고서에서 다뤘던 바와 같이 앞으로는 후공정 기술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전통적인 방식의 MCP(Multi Chip Package)는 낮은 대역폭과 높은 전송 에너지 외에도 패키지 디자인이 복잡해지고, 실장 면적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는데, TSV를 써서 다이를 수직으로 쌓고, 범프 피치 간격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인텔 역시 이런 비슷한 후공정 기술 트렌드를 발표한 것이고, 자체적으로 패키징 서비스까지 제공할지 알 수 없지만, 향후 파운드리 물량이 커질 경우 ASE, Amkor 와 같은 전문 후공정 업체와 손잡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후공정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다.
또 하나의 이슈는 고객 확보이다. 메모리는 커머디티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수요 예측을 잘 해서 미리 투자하여 생산하는 구조이지만, 파운드리는 고객 확보가 되어야만 공장 가동률을 올릴 수가 있다. 즉, 무조건 돈만 있다고 해서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할 수가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번 발표에서 인텔은 아마존과 퀄컴이 고객으로 확보된 것처럼 언급했지만, 2개 회사는 이미 TSMC, 삼성전자의 고객이다. 물론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이미 검증된 파운드리를 쓰는 것과 신생 파운드리 회사를 쓰는 것은 천지 차이다.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들도 인텔이 고객을 확실히 확보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고, 인텔이 지금까지 14나노, 10나노 제품에서도 일정 차질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과연 로드맵 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서비스를 하려면 최소 2년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사이 고객을 확보 할 수도 있지만, 파운드리 성격상 고객과의 신뢰를 쌓으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다.
아마존, 퀄컴과 같은 빅 네임이 고객이 될 수 있어도 그들이 처음부터 100% 물량을 밀 어줄 가능성은 제로다. 퀄컴은 지금도 TSMC와 삼성전자를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애플도 과거에는 양쪽에 물량을 나눠준 적이 있다. 인텔은 사업 초기에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 확보에 몰두해야 할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레퍼런스가 확보되면 슈퍼 을이 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그냥 을일 뿐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된다.
출처: 한화투자증권, Intel, 업계 자료
뜨리스땅
https://tristanchoi.tistory.com/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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