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은 강점을 더 강화시키고, 약점은 보완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강점은 단연 메모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전공정 기술을 지속적으 로 선도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메모리 산업 특징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① 변동성 축소와 ② 차별화 시도를 예상한다. 메모리는 Cycle 성향이 강하다. 지난 2016-18년 Big Cycle에서 고점 분기 이익을 대폭 상향시켰지만, 불황에서 이익 급락이 아쉬웠다.
그리고 메모리 공정기술의 목표가 원가 경쟁력인데, 공정기술 둔화는 장기적으로 선두 업체들에게 경쟁력 훼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향후 메모리에도 차별 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 높다. 과거 메모리 기술 개발이 전공정 선폭 미세화에만 집중됐다면, 향후 차세대 메모리, PIM(Processing In Memory), 후공 정 등의 개발 요구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의 약점은 비메모리, 소부장 밸류체인, 설계 등이다. 비메모리의 DNA는 메 모리와는 다르다. 시장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메모리와 달리 최첨단 전공정 기술 확보만이 능사가 아니다. 설계, 후공정, 고객대응 능력 확보가 중요하다. 삼 성전자는 이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인재 확보에 대한 산학 협력, 인센티브 등의 지원도 장기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장비/소재/부품 밸류체인 강화는 더 급하다. 한국은 반도체 4강 중에서 가장 고립되어 있다.
5.1. 메모리 변동성의 축소
메모리는 일반적으로 Cycle 진폭이 큼
Cycle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어떤 반도체 업체들도 의도적으로 공급초과를 발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M/S 경쟁이 컸던 2000년대 메모리 치킨 게임 이후 의도적인 공급초과는 없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업체들 모두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수요에 공급을 후행시키고자 한다. 그래도 공급초과는 발생하는데, 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수요 예측이 틀리기 때문이다.
메모리, 비메모리 모두 Cycle 성향은 있다. 과거 흐름을 보면 메모리, 비메모리 모두 하락 Cycle은 생각하지 못한 매크로 충격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메모리의 실적 및 주가가 비메모리 대비 변동성이 더 컸다. 메모리가 수요 예측을 더 크게 틀릴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는 각 밸류체인에서 제품별, 고객별 주문량 이상의 과잉 생산을 하지 않는다. 제품별 출하 주기가 지나면, 재고는 쓸모가 없다. 수요를 예측하여 선제적으로 생산하기 보다는, 전방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만큼 후행적으로 생산한다. 비 메모리는 각 업체들의 자기 계산이 개입될 여지가 적은 만큼, 수요 예측 실패 위 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그런데 메모리는 다르다. Commodity 성향이 있어서, 가격이 변동한다. 상승 Cycle에서 전방 수요처들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재고를 선제적으로 축적한다.
상승 Cycle에서 전방 수요처들이 재고부담을 가지기 때문에, 생산 업체들이 받는 주문량은 실제 수요보다 크다. 그러나 생산업체들은 주문량과 실제 수요의 차이를 계산하기 어렵다.
공급 부족 구간에서 생산업체들은 주문량 증가에 맞춰 캐파 증설 폭을 결정한다. 생산업체들의 자기 계산이 전체 공급에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수요 예측 실패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수요가 약화되면, 주문량은 더 크게 감소할텐데, 생산량은 이미 증가해 있다. 메모리 하락 Cycle의 진폭이 큰 이유다.
지난 메모리 Big Cycle의 교훈
2017-18년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제약 심화와 서버 수요 증가로 Big Cycle을 경험했다. 그러나 상승 Cycle만큼, 하락 Cycle도 가팔랐다. 공급부족 장기화로 분기 실적 고점은 높았지만, 공급부족이 극심했던 만큼 1H18에 대규모 장비 발주가 일시 집중됐다.
지난 Big Cycle의 가장 큰 리스크는 1H18에 단기 집중된 장비 발주였다. 1H18 전세계 DRAM 장비 발주 규모는 반기 기준 전무후무한 역사상 최대 수준이었으며, 180K/월에 육박했다. 이는 2017년 말 전세계 DRAM 캐파의 15%를 상회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삼성전자가 13-14년 호황에서 17L에 30K/월 증설로 출발했다면, 17-18년 호황에서는 90K/월 증설을 한번에 진행했다. SK하이닉스 등 후발업체들도 장비 발주 규모와 시기가 삼성전자와 유사했다.
대규모 장비 발주 이후 생산으로 투입되어 출하될 때까지 약 1년의 시간이 소요 된다. 장비 발주가 반도체 수급 또는 가격에 즉시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장비 발주 규모가 크면, 수요가 예상을 하회할 때 반도체 수급 또는 가격이 급격 히 무너질 수 있다. 실제로 2H18부터 美-中 분쟁에 의한 수요 감소에 DRAM 가격은 급락했다. 그 속도가 과거 어떤 하락 Cycle보다 빨랐다.
분할 투자로 진화된 Big Cycle
지난 Cycle 교훈이 이번 Cycle을 진화시킬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하락 Cycle이 발생할 때 과거 대비 변동성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락 Cycle의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분할 투자다.
가동률을 조정하는 비메모리 수준으로 이익 변동성을 축소시키기는 어렵겠지만, 메모리업체들에게도 변동성을 구조적으로 축소시킬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요 예측 기간을 단축시켜, 장비 발주를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다. 과거 DRAM 업체들은 3-4분기 뒤 수요를 예측하고 50-100K/월 내외의 장비 발주를 한번에 진행 했다. 이 경우 수요 예측이 틀리면, 수급의 불일치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건설/인프라 투자를 미리 진행한 이후 1-2분기 뒤 수요를 예측하면 DRAM 업 체들이 Cycle 변동성을 축소시킬 수 있다. 30-45K/월 내외의 캐파 투자를 나눠서 진행한다면, 수요 예측이 틀리더라도 수급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 마치 비메모리 업체들이 가동률을 조정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번 Cycle은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에 의한 수요 급변, 2021년 IT 공급망 차질 등 외부 변수를 이겨내면서 메모리 Cycle이 결국 지속 상승하고 있다. 변동성 축소를 위한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앞으로 메모리 산업에서 확인할 모습은 생산업체들이 Cycle 최상단에 서 고수익성을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시킬 것인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안정화에 긍정적이다. 창출된 이익이 투자 또는 주주환원으로 연결된다고 볼 때, 주주환원 확대는 무리한 CapEx 확대 가능성을 제한한다. 메모리 산업에서 수요에 공급이 후행할 여유가 더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5.2. 메모리의 차별화 시도
메모리 시장 장악력은 전공정 기술을 통한 원가 경쟁력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변수는 가격이지만, 가격은 전체 수요와 전체 공급에 서 결정된다. 그리고 가격 흐름은 모든 메모리 생산업체들이 공유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은 단연 전공정 기술력이다. 전공정 기술을 개선시켜 웨이퍼 내 칩 수를 증가시키면, 웨이퍼당 매출을 증가시킬수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단위 매출 당 원가를 개선시킬 수 있다. 전공정 기술이 앞서 있는 업체가 동일 업황에서 더 많은 돈을 번다. 그리고 캐파 증설 기회를 선점하여 M/S 상승 기회도 얻는다.
공정기술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먼저 공급 증가율 둔화로 중장기적으로 공급이 지연되어 반도체 공급부족 시대를 예상하게 한다. 앞서 반도체 공급부족 시대에 대한 논리로 이미 설명했다.
그리고 상대적인 경쟁력 격차 측면에서 보면, 후발 업체들이 선두 업체를 따라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공정기술이 어려워지면, 선두 업체가 느끼는 한계가 더 클 수 있다. 메모리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불편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한국 업체들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언젠가 메모리 반도체도 공정기술의 목표를 원가 개선에만 두지 않을 것이 다. 차별화를 향한 메모리 시장이 커질 가능성 높다. 이에 대한 준비도 중요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시장에서 ① 차세대 메모리 또는 ② 메모리 후공정 기술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차세대 메모리 시장 개화는 시간 문제
현재 메모리 시장은 DRAM과 NAND로 이원화되어 있다. DRAM은 빠른 속도로 주기억장치 역할을, NAND는 낮은 원가와 비휘발성으로 영구기억장치 역할을 한다.
DRAM은 비메모리를 보조할 수 있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메모리임에도 영구 기억을 못한다. 그래서 IT 기기는 어쩔 수 없이 HDD를 영구 기억 장치로 별도로 채용해 왔다. NAND는 2000년대 초반 포터블 시대로의 전환에서 HDD를 대체하기 위해 선택됐다.
모든 반도체는 기본적으로 HDD 대비 작고 빠르다. 원가 경쟁력이 압도적인 HDD와 경쟁하기 위해서, 메모리 중에 가장 단순한 구조(1 Transistor)인 NAND가 선택됐다. NAND는 영구기억이 가능하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원가 경쟁력이 가장 좋다.
DRAM은 빠르지만, 영구 기억이 불가능하다. NAND는 영구기억이 가능하고 원가 경쟁력이 좋으나, 메모리 중에서는 느리다. DRAM은 속도, NAND는 영구 기 억과 원가 경쟁력이 존재 이유다. 소비자들은 각각의 단점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DRAM과 NAND의 조합으로 장점을 모두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 중인 MRAM, PRAM, RRAM, FRAM 등이 시장에 침투 되기 위해서는 DRAM과 NAND의 조합 대비 장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그런데 차세대 메모리 대부분이 DRAM과 NAND의 중간 포지션이다. IT 기기 내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차별화 포인트가 부각될 때 차세대 메모리가 빠르게 침투할 전망이다.
차세대 메모리로 시장에 큰 관심을 끌었던 제품은 인텔이 공을 들여 야심차게 선보였던 3D X-Point다. 3D X-Point는 PRAM(Phase-change RAM)으로 분류 된다. PRAM은 Capacitor의 상변이를 이용하여, 결정질/비결정질 상태를 각각 0 과1로 구분하여 기억한다. 인텔은 3D X-Point의 특징으로 영구 기억이면서, NAND보다 빠르고, DRAM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장이 NAND를 빠르다고, DRAM을 원가경쟁력이 높다고 채용하지 않는다. 3D XPoint는 DRAM보다 느리고, NAND보다 원가 경쟁력이 낮다. DRAM과 NAND 의 존재 이유를 대체할 수 없다. 3D X-Point의 시장 침투가 미미한 이유다.
DRAM과 NAND의 존재 이유가 너무나 명확해서, 당장은 차세대 메모리가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반도체 성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포터블, 모바일 기기의 등장을 몰라서, NAND 시장 의 개화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초만 하더라도, AI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서, GPU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IT 세트의 패러 다임 변화는 반도체 시장을 급변시킨다. 차세대 메모리도 그 장점이 선택될 수 시간이 분명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AI를 위해 반도체는 방대하고 복 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요구를 받고 있다.
PIM 기술 개화는 메모리의 시장 확장
메모리 업체들은 AI 시대를 위한 요구로 PIM(Processing In Momory)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PIM은 기존 메모리 저장 기능에만 그치지 않고, 메모리 안에서 데이터의 연산까지 수행하는 기술이다. 메모리가 비메모리 시장의 기능을 일부 침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폰노이만 구조는 메모리와 CPU, GPU간 주고 받는 데이터가 방대해지면서, 작업처리가 지연되는 문제점에 노출된다.
PIM은 메모리 영역에서 데이터 연산이 가능해 데이터 이동이 적어지고, 연산 처리 속도가 빠르면서, 전력 소모량도 최대 30배 줄일 수 있다. 메모리와 CPU/GPU 간 병목 현상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PIM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AI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때 차세대 메모리인 MRAM, RRAM, PRAM 등이 활용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메모리에서도 후공정 기술 요구 확대 전망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향한 AI 요구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HBM(High Band-Width Memory)이다.
HBM은 말 그대로 데이터 용량을 크게 늘리면서, 대역폭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데이터를 주고 받는 입출력(I/O)을 크게 늘리는 방법으로 가능하며,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활용해 깊은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한다.
비메모리와의 연결을 위해 특수 기판인 실리콘 인터포저가 사용된다. HBM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TSV, Si 인터포저 등 후공정 기술이 확보되어야 한다. 현재 HBM 가격은 일반 메모리보다 수 배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HBM은 하이엔드 DRAM 시장 내 GDDR 계열을 대체하면서도 성능을 상향시켜 줄 목적을 가지고 있다. 최상위 GPU 탑재되고 있는 GDDR6 대비 메모리 총 면적을 줄일 수 있고, 고 대역폭에 유리하며, 전력 소모도 낮다. HBM이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채용 속도가 느린 이유는 후공정 수율 때문이다.
DRAM 적층 및 Si 인터포저 구현에 TSV를 적용해야 하는데, 후공정 수율이 여전히 낮은 상태다. 전공정에서 높은 비용이 수반해 완성된 칩을 후공정으로 구현 하는 과정에서 불량이 생기면, 기회 비용이 매우 크다. HBM 가격이 GDDR 계 열 대비 월등히 높은 이유고, 그럼에도 생산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채용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BM은 데이터 트래픽 급증을 요구하는 전방 서버 업체들에게 DRAM 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이상적인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DRAM 업체들은 HBM 확대에 적극적일 것이며, HBM의 기술 목표는 성능을 향상시키면서도 후 공정 관련 수율을 높이는 것이다. DRAM 칩 적층을 16개까지 대응 가능한 HBM3는 2021년 개발, 2022년 표준화를 계획으로 준비되고 있다.
TSV, 인터포저 등 후공정 기술은 DRAM 업체들에게 기술 개발에 후순위였던 것이 사실이다. 비메모리 업체들 대비 메모리 업체들의 후공정 기술 개발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메모리 산업에서 후공정 기술의 중요도 가 높아질 전망이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기술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에서 습득하고 또는 준비 중인 후공정 기술을 시장 요구에 맞게 메모리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to-be continued...
출처: 신한금융투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AMD, Yole, Bloomberg, DRAMeXchange, 언론자료
뜨리스땅
https://tristanchoi.tistory.com/263
'반도체, 소.부.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도체 시장 탐구: 반도체 소부장 현황 update (0) | 2022.04.24 |
---|---|
반도체 산업탐구: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변화 trend - 4 (0) | 2022.03.27 |
반도체 산업탐구: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변화 trend - 2 (0) | 2022.03.09 |
반도체 산업탐구: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변화 trend - 1 (0) | 2022.03.09 |
반도체 산업탐구: 반도체 공급부족 시대, 진화하는 메모리 (0) | 2022.03.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