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초전도체로 만든 전선이 존재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YES. 생각보다 오래전에 개발되었다. 초전도 케이블 기술은 미국(울테라), 프랑스(넥상스), 일본(스미토모·후루까와) 등 전세계에서 4개국 5개 기업만 갖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한국전력, 한국전기연구원, 창원대, LS전선 등에서 연구개발에 매진, 지난 2011년 9월 세계 네 번째로 교류 22.9kV 50MVA, 직류 80kV 500MW급의 초전도 케이블과 단말, 접속함, 냉각시스템, 제어시스템으로 구성되는 실용화급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이어 2014년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직류 초전도 케이블 시험 운전에 성공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초전도 케이블의 핵심 재료인 ‘초전도선재’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초전도 케이블의 상용화를 한층 앞당기게 됐다. 2016년 3월에는 세계 최대 송전용량의 AC 154kV 초전도 전력케이블 시스템을 준공, 실 계통 운전에 들어갔다.
LS전선이 만든 초전도 케이블의 경우, 2019년에 상업생산을 시작하였고, 2021년에 되어서야 국제인증을 획득하였다.
초전도 현상을 활용해 만든 전력케이블은 같은 크기의 기존 구리 케이블보다 송전용량은 5배 이상 늘리면서도 송전손실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일상적인 전기 제품을 사용하기 위한 전력 수준에서는 큰 차이를 보지 않지만, 대용량의 전력을 보내야 하는 송전 시스템 레벨에서는 큰 차이를 만든다.
동일한 용량의 전력(=전압 x 전류)을 송전하는데, 보다 더 높은 전압으로 송전하면 전류 값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되고 전류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손실(=저항 x 전류2)도 전류의 제곱에 반비례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다 더 높은 전압으로 송전하기 위해 전력산업의 기술이 발전해 왔고, 현재 우리나라는 765kV 급으로 송전을 하고 있다.
발전소에서 도심까지 많은 양의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전손실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전압을 345~765㎸(볼트)의 고압까지 끌어올렸다가 22.9㎸로 낮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간에 여러 개의 변전소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한 장소 및 설비가 소요된다.
하지만, 초전도 소재를 사용한 송전케이블을 사용하면, 필요한 변전소 개수도 줄일 수 있고, 비좁은 도심에서 변전소 땅을 새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초전도체 전선은 꿈의 전선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일반적인 구리전선을 이용한 송전 과정에서 사라지는 전력은 전체 발전량의 4~5%, 국내 기준으로 연간 1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에서는 1년에 22조원이 송전 과정의 전력손실로 사라진다. 국내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7.7%(2만5742GWh, 2021년 1~7월 기준,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인 점을 감안하면 송전 중에 손실되는 전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초전도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케이블 내부를 극저온으로 냉각,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케이블 단면을 보면 전기가 흐르는 구리전선을 절연층으로 감싼 뒤 액체질소가 순환하는 냉각 파이프에 담은 구조다. 액체질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케이블 바깥쪽을 진공층으로 두른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한가닥으로 만들 수 있는 케이블의 길이가 약 500m에 그친다.
한국은 10년 전만 해도 초전도 후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시장에서는 해외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를 20년 이상으로 봤다. LS전선은 2004년 세계에서 4번째로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한 뒤 11년만에 2015년 세계 최초로 직류 80㎸급 초전도 케이블 실증을 완료하면서 유일하게 직류와 교류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됐다.
초전도 송전 분야에서도 미국은 610m 구간, 일본은 250m 구간을 각각 실증 연구하는 데 그치는 반면 한국은 용인 흥덕~신갈의 1㎞ 구간에 초전도 송전망을 상용 구축했다. 20년이 채 안 돼 내로라하는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9. 초전도체로 만든 전선은 앞으로 상용화가 확대될 것인가?
'꿈의 기술'로 불리는 만큼 아직 넘어야할 산도 있다. 가격과 경제성이 관건이다. 국내에서는 용인 흥덕~신갈 구간 외에 2023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역곡~온수(1.6㎞) 구간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최대 10㎞에 달하는 상업용 초전도 케이블 송전 프로젝트가 3건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의 수퍼노드 프로젝트(2025년 완공)의 설치 구간은 50㎞에 달한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스코틀랜드, 러시아, 호주에서도 10건에 달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전력 수요 증가와 노후설비 교체, 전력망 안전성 향상을 발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50억원 규모였던 초전도 케이블 시장은 지난해 2000억원을 넘어 올해 3000억원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5년 뒤엔 시장 규모가 70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1조원 돌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초전도 케이블 불모지 한국에서 18년만에 이뤄낸 쾌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행국가에서 30년 이상의 연구에도 해내지 못했던 일. LS전선이 초전도 케이블 시장에 20년 이상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세계 최초 상용화의 성과를 거둔 비결은 집념과 뚝심 두가지로 요약된다. LS전선은 강산이 두번 바뀌는 연구개발 기간 내내 이어진 적자를 버텼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의 열매를 키워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2001년 처음으로 초전도 케이블 연구를 시작했을 때 LS전선은 업계 맨뒷줄이었다. 영하 200℃를 넘나드는 기술력이 관건인 탓에 지금까지도 4개국 5개사(한국 LS전선, 프랑스 넥상스, 일본 스미토모·후루까와, 미국 울테라)만 기술을 보유했다. LS전선은 2004년 5개사 중 4번째로 교류 22.9㎸ 배전급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었던 기술력은 15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9년 경기도 용인시 흥덕 변전소와 신갈 변전소 사이 1㎞ 구간에 초전도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설치해 상업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9년 전력산업동향백서에 세계최초로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로 등재됐다.
초전도 케이블을 먼저 개발했던 해외 경쟁사 중 어떤 업체도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LS전선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해외시장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전선업계의 글로벌 강자 프랑스 넥상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S전선의 급격한 성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책과제 선정과 지원, 집중 투자 등 내·외부 요인을 비결로 꼽는다.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는 200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해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일환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진행됐다. LS전선과 한국전력공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오히려 적자인 사업이지만 LS전선은 530억원을 투입하는 뚝심을 보였다.
LS전선 관계자는 "상용화 전까진 매출이 0원인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자만 한 것"이라며 "기업이 연구비만 쏟아붓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기술개발 의지가 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필수적인 단말과 중간접속함, 냉각시스템 등 부대설비를 갖춘 것도 LS전선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초전도 케이블을 전력망에 적용하려면 케이블 자체만이 아니라 전기가 원활하게 잘 흐르도록 부대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스템이 무리없이 작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간접속함은 케이블을 연결해 선로 길이를 연장해주고 냉각시스템은 송·배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전체를 작동하게 하는 부대시설의 기술 난이도가 높고 신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케이블과 부대시설 기술을 모두 갖춘 경쟁사는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용인 흥덕~신갈 구간 상용화에 앞서 2011년 경기도 이천변전소에서 배전용 22.9㎸ 케이블 시스템 전력계통을 운전할 당시에 이미 단일 제조사 최초로 케이블 시스템을 비롯한 냉각시스템, 제어시스템을 일괄 납품해 설치하고 준공했다.
교류(AC)와 직류(DC)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업체도 전세계에서 LS전선이 유일하다. LS는 총 5개의 초전도 케이블 제품군을 갖췄다. 교류든 직류든 다양한 상황에서 적합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전력망의 95%가 교류지만 점차 직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LS전선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상용화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에 해외 입찰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초전도케이블 시장은 올해 3017억원, 5년 뒤인 2026년에는 683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S전선은 2021년에 차세대 초전도 케이블인 '23㎸ 3상동축' 개발에 성공해 국제전기표준회의(IEC) 규격을 획득했다.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2년만의 또다른 성과다. 차세대 제품은 초전도층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존의 전력 전송량을 20% 이상 늘리면서도 생산비는 10% 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전세계에서 LS전선을 포함한 3개 업체가 개발했지만 국제 인증을 획득한 곳은 LS전선뿐이다. 한국전력이 2022년부터 시작하는 초전도 플랫폼 사업에 차세대 모델을 적용할 전망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초전도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제품 상용화 역시 앞서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초전도 케이블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에 올라섰지만 쾌재를 부르기는 이르다. 높은 초기비용 탓에 전세계에서 시장 확대가 더디기 때문이다. 류 박사는 케이블 내부에서 전기가 흐르는 도체 역할을 하는 초전도 선재를 예로 들며 "제조원가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크지 않은 상태라 초기 단가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일본 등에서 2023년 완공 목표로 2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기획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류 박사는 다만 "기존 구리 케이블을 교체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초전도 케이블을 선택할 요인이 적지만 전력망 전체를 놓고 보면 초전도 케이블의 특성상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를 지을 경우 변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초전도 케이블은 이런 변전소가 필요 없어 그만큼 전체 비용에서는 절감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초전도 케이블 사업 확대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프로젝트 발주와 사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 확대를 두고 업계의 자체적인 해결만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류 박사는 "시장이 커지려면 초기비용이 낮아야 하는데 이러려면 다시 시장이 커져야 한다는 문제에 마주치게 된다"며 "일본 업체들은 이런 문제 때문에 초전도 케이블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고 전했다.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초전도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결정 핵심기술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초전도 기술이 확장되면 자기부상열차, 초전도추진 선박 등 차세대 수송시스템은 물론 핵융합 발전 기술의 토카막, 양자컴퓨터 등 산업적으로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미국은 초전도 기술을 국가 기밀 기술로 지정해 이를 근거로 초전도 관련 사업을 기획하는 전력회사를 지원한다.
LS전선은 "국내외에서 초전도 케이블 프로젝트 수요가 늘고 있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 탓에 당장 내년에 몇 개를 진행하고 내후년에 몇 개를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제도적인 장치로 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이런 노력이 마중물이 돼 신규 사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 상용화된 초전도 케이블 제품 상세(LS전선)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은 크게 배전급과 송전급으로 구분되며, 송전급은 다시 교류 시스템과 직류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 배전급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 AC22.9kV 50MVA 및 AC22.9kV 120MVA - 기존 다(多)회선의 지중 배전 선로를 1회선의 초전도 케이블로 대체
- 변전소 간 송전 선로를 배전급 초전도 케이블로 대체
• 송전급 교류 시스템 : AC154kV 600MVA 및 1GVA
- 기존 다(多)회선의 송전 선로를 1회선의 초전도 케이블로 대체(도심 지중의 포화 및 노후 회선 대체 및 신설)
- 변전소 간 회선 감소를 통해 변전소 간소화
• 송전급 직류 시스템: DC80kV 500MW
- 대용량 장거리 송전
https://www.youtube.com/watch?v=wcLZFq369sE
출처: LS전선, 머니투데이, 전기신문
뜨리스땅
https://tristanchoi.tistory.com/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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