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직으로 확산되는 EV 가격 전쟁
연초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전략은 기존의 예상보다 빠르고 과감했다. 2022년 희유 금속 가격 상승을 빌미로 단행했던 주력 모델들의 가격 인상을 일거에 되돌리는 정책을 펼쳤다. 이후 1~2월에만 미국에서 4차례에 걸친 가격 조정을 진행해 싯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수요를 조정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전기차 산업 내 다양한 밸류 체인의 업체들이 이러한 가격 정책에 동참할지 여부였다. 치킨게임의 신호탄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 다. 내연기관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고, 중고차 가격에 민감한 전통 OEM 업체들은 전기차 가격탄력성에 대한 실험에 불참하는 모습이다.
전기차의 경우 B2C 산업으로 소비자가 가격 정보를 명확하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가장 큰 B2B 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2차전지 산업은 상대적으로 가격 정책에 대한 파악이 느릴 수 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2차전지 산업이 가격 인하 압력에 노출되어 있는지와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
4Q22 실적 발표를 전후로 국내 2차전지 밸류 체인의 대표 업체들은 예상보다 양호한 판가와 수익성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특히 희유금속 가격에 민감 한 셀/양극재 업체들은 중국 리튬 스팟 가격의 변동성과 무관하게 하이니켈 양극재의 높은 판가가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에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런 배경 하에서 지난 2/17 중국 언론에서 퍼진 CATL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 뉴스에 시장의 관심도가 높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 없이 언론 보도만 있다는 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 뉴스의 골자는 중국 내 주요 전략 OEM 들을 대상으로 23년 하반기부터 향후 3년간 주요 원료인 탄산리튬 가격을 20만 위안으로 가정하고 가격을 책정하겠다는 점이다(리튬 리베이트 정책).
최근 탄산 리튬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40만위안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와 같은 가격 인하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배터리 셀에서 리튬 원가 비중을 25~30%로 가정할 경우 약 ASP 10~15%를 인하하는 격이다.
가격에 민감한 시장 분위기상 CATL발 치킨게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만약 가격 인하가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한국 업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오히려 미국/유럽이 최근 확대하고 있는 중국 밸류 체인 배척의 결과에 가깝다.
CATL의 중국 EV 시장 점유율은 21년 52%에서 22년 48%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 시장에 집중한 BYD의 점유율은 17%에서 23%로 상승했다. 해외 진출이 무산되면서 중국 내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탄산리튬을 사용한 LFP 배터리 중심으로 가격 인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2. 이유 있는 테슬라발 훈풍 기대감
정작 가격 전쟁을 초래한 테슬라의 상황은 여유롭다. 대규모 할인 이후 시장 수요가 확인되자 야금야금 가격을 올리며 최적의 가격 구간을 찾아가고 있다. 4680 배터리나 기가캐스팅과 같은 원가 절감을 위한 혁신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 가 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3월 1일 진행될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는 7년만의 마스터 플랜3 공개와 함께 저가형 신차(가칭 모델2)가 공개될 것을 기대하는 시각도 많다.
이러한 동향은 국내 2차전지 소재 업체들에게 긍정적인 수주 플로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동박 업체의 경우 연말 수주잔고가 2.3조원(+1.1조원 QoQ) 으로 증가했는데, 만약 증분을 전부 특정 OEM의 수주라고 가정하면 약 6만톤의 납품에 달한다(가정: 동박 가격 15달러/kg, 환율 1,200원/달러). 이는 전기차 누적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약 170~18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양극재 업체도 2025년까지 전체 매출 중 30%를 OEM에 직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사 추정치에 따르면 당사의 2025년 양극재 출하량은 30~33만 톤으로 예상된다. 단순하게 보면 OEM 직납이 9~10만톤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를 특정 OEM에 단독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전기차 약 70~80만대 가량을 생 산할 수 있는 규모다.
최근 국내 화학업체의 북미산 리튬 정광(스포듀민) 물량 확보 뉴스가 있었다. 4년 간 매년 5만톤씩의 정광을 확보해 궁극적으로 약 3만톤의 수산화리튬을 활용해 북미 전기차 업체에 납품할 계획이다. 3만톤의 수산화리튬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를 만들면 6만톤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약 45~50만대를 대응할 수 있는 규모다.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보면 중국의 전기차 가격 경쟁과 별개로 북미 시장은 고 스펙 제품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제품 개발의 큰 추세에서 원가 절감이 중요하겠으나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는 하이니켈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좋다.
다만, 단기적인 주가 흐름은 아래와 같은 valuation의 상황에 다소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신한투자증권, Bloomberg
뜨리스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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