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했다. 오랫만에 IPO 시장의 대어로 많은 이야기를 낳으며 주식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하였다.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크기 때문에 몇 가지 중요한 부분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1. 기업 개요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 SK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약 연구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SK의 생활과학(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부문이 단순 물적 분할되면서 설립된 신약 개발업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한국과 미국, 중국에 법인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의 생명과학연구원에서는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 뉴저지의 현지 법인 SK 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 글로벌 임상개발과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 볍인은 임상시험 및 허가, 상업화 진행 경험과 역량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인력을 구성하여 각종 인허가, 라이센스 업무, FDA 승인 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중국 상해의 현지 법인 SK바이오팜테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제휴 기회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2. 주요 제품 및 사업
이 회사가 주목받은 이유는,
1)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직접 판매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과,
2) 독자개발한 신약 두 종류가 기면증 치료제인 솔리암페톨(미국·유럽 제품명 수노시 Sunosi®)과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TM, XCOPRI®)인데, 이 신약이 각각 지난해 7월과 올 5월 미국 시장에 시판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솔리암페톨과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규모는 각각 2조원과 6조원으로 평가된다.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SK바이오팜이 지난 2001년부터 독자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신약이다. 세노바메이트의 임상시험 결과는 대표적 학술지인 란셋 뉴롤로지에 게재돼 의약계 이목을 집중시키도 했으며, 세노바메이트 개발 성과로 SK바이오팜의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바이오 뉴저지협회에서 이노베이터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수면장애 신약인 솔리암페톨 역시 파트너사인 재즈 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해 지난해 미국 시장에 발매됐다. 이는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OSA)으로 인한 과도한 주간 졸림증을 가진 성인 환자의 각성 효과를 개선하도록 승인된 이중작용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저해제(DNRI)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들 신약 모두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다. 기면증과 뇌전증이 속한 중추신경계질환은 낮은 신약개발 성공률로 인해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며,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SK바이오팜의 조 사장은 기업공개를 위한 사전 설명회에서 "중추신경계질환 대상의 시장는 항암, 항감염에 이어 전체 글로벌 제약시장 중 3위 규모에 달한다. 2018년 기준으로 840억달러(약 102조 1020억원)며, 오는 2024년까지 매년 6%씩 성장해 1180억달러(143조 429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신약후보 물질은 매우 많지만, FDA에서 승인된 신약은 2개"라며 "뇌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질환 고유의 복잡성, 기초-임상 연구의 낮은 연결성, 높은 리스크의 환자 모집과 관리, 유효성 및 안전성 예측의 어려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의 높은 경쟁력을 전망하면서, 뇌전증 시장의 큰 잠재력을 예고했다. 유병률이 높은데 미충족 수요 역시 많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미국에만 뇌전증 환자가 340만명이며, 유럽연합(EU)은 600만명에 이른다. 희귀 뇌전증 환자도 각각 47만명, 76만 5000명"이라며 "생후 3~6개월부터 발병하기 때문에 투병 기간도 매우 길고 삶의 질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낙상사고나 차사고, 뇌손상, 돌연사 등의 가능성이 높고 교육과 취업 기회가 제한되는 질병이라 치료 필요성이 높은 반면, 기존의 치료제로는 30~50% 환자가 크게 개선되지 않아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조 사장은 "미국 내에서만 조절되지 않은 뇌전증으로 15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이는 새로운 치료법, 획기적 신약의 높은 시장 잠재력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매년 3.4%씩 뇌전증 시장의 지속적 성장이 전망돼 다른 시장(평균 2.4%) 대비 유망한 편이다. 시장점유율 역시 현재 50% 초반에서 오는 2024년까지 5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사장은 "세노바메이트는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하며, 이중 원인 불명 발작을 제외한 부분발작과 전신발작 등 95%를 목표 적응증으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뇌전증 부분발작의 경우 오는 2021년에 3개 제품이 특허 만료되며, 2022년에 또다른 경쟁제품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라며 "게다가 치료제 개발 사례가 없어 향후 5년 내에 경쟁 약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해당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포지셔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했고 글로벌 조직망도 갖춘 상태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제를 지속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추신경계 질환 및 항암 분야의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중 하나는 오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를 통해 임상 1상에 진입 예정인 뇌종양 항암제다.
3.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
SK바이오팜은 대기업 계열, 신규 상장을 앞둔 바이오 최대어라는 점에서 2016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한 직후 주가가 큰 변화가 없다가 2017년 5월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상장 당시 16만1500원 수준이던 주가는 2018년 4월 57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상장 1년5개월만에 주가가 세 배 이상 급등하며 고 PBR, 고 PER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분식회계 의혹까지 불거지며 2019년 8월 삼바 주가는 26만9000원까지 밀리기도 했으나 현재는 73만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SK바이오팜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통 주식 수가 적다는 점도 비슷하다. 삼성바이오는 상장 당시 유통주식수가 20%에 불과했는데 SK바이오팜 역시 보호예수물량(80%)을 제외하면 20%만 유통이 가능하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15% 안팎)을 고려하면 실제 유통 주식 수는 5%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바이오팜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SK바이오팜 상장 시에 SK에 대한 센티멘트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이후의 학습 효과를 감안하면 SK바이오팜 상장은 SK에게 상당한 수급 개선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4. IPO 결과 및 주가 흐름
4.1. 공모 가격과 공모 금액
SK바이오팜은 지난 6월 17일부터 양일간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23일부터 이틀간 일반 청약을 진행했으며, 7월 2일 상장했다. 청약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6000~4만9000원이었는데, 결국 공모 가격은 4만9천원으로 결정되어 공모 금액 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9593억원이 되었다. 공모 규모가 1조원을 웃돈 건 2017년 넷마블, ING생명이 마지막이다. 지난 2017년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약 1조88억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그리고 공모 가격 기준 상장 시가총액은 3조8373억원이었다. 증권 업계에서는 "동종업계 비교 및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산출을 통해서 볼 때 상당히 합리적인 공모가 밴드"이며, "거품없어 보이는 공모가와 개발비 자산화 제로, 자회사 및 관계사와 관련된 회계적 문제 소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라고 평가했었다.
4.2. 청약 결과
청약결과도 매우 흥미롭다. SK바이오팜의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공모 금액은 9593억원이었는데, 모집 결과 3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일반 청약 물량인 391만5천662주에 대해 총 12억6천485만3천70주의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청약 경쟁률은 323.02대 1로 집계됐다.
통합 경쟁률 기준으로 계산하면 증거금(증거금률 50%) 1억원으로 약 4천80주(주당 4만9천원)를 청약한 투자자의 경우 12주 정도의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351.09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그 외 NH투자증권(325.17대 1), 하나금융투자(323.30대 1), SK증권(254.47대 1) 등 순이었다.
청약 증거금은 총 30조9천899억원이 모집됐다. 이는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역대 최대 증거금(30조649억원) 기록을 웃도는 금액이다. 당시 제일모직은 574만9천990주 모집에 11억2천57만3천920주의 청약이 들어오며 19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SK바이오팜은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상 최대 청약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투자증권에 의하면 "고객 가운데에는 1인당 최대 청약 한도인 12만주(한국투자증권 기준)에 대해 29억4천만원어치 증거금을 넣는 고객도 꽤 있었고 10억원, 20억원 정도 청약을 신청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4.3. 상장 이후
SK바이오팜은 지난 2일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를 뜻하는 은어)’을 기록한 이후 3거래일 만에 주가가 공모가(4만9000원)보다 4배 이상 올랐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337.7%다
7월6일 기준 SK바이오팜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4만9500원(30%) 오른 21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16조7982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16위(우선주 제외)까지 올랐다. SK바이오팜 거래대금은 1조5067억원에 달했다. 장 중간에 상한가가 잠시 풀리자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가 대거 몰렸고, 장중 한때 19만3500원까지 하락하면서 주가가 널뛰기 모습을 보였고 거래량은 폭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이날 세운 거래대금 기록은 1995년 5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49번째(코스닥 종목 포함시 61위)로 높은 기록이었다. 지금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대금이 제일 많았던 건 2018년 1월 31일 삼성전자가 기록한 3조3514억원이다.
외국인은 지난 2일 37만9385주, 3일에는 31만1682주를 순매도하며 3거래일 동안 모두 220만8362주를 처분했다. 개인과 기관은 3거래일 동안 순매수하며 외국인들이 내놓은 물량을 받아가는 모습이었다.
외국인은 SK바이오팜 공모 시 신청 물량이 신청 건수의 2.5%에 불과하지만 기관에 배정된 공모 물량 중 45%에 해당하는 594만주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기관 중에는 SK바이오팜 보유 의무 확약기간을 설정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에 미확약 물량이 언제든지 풀려나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SK바이오팜 공모 시 기관투자자들이 받은 물량은 총 1321만5717주이며 6개월 보유 확약이 492만3063주, 3개월 확약이 170만5534주, 1개월 확약이 26만2500주, 15일 확약이 1만3700주, 미확약이 631만920주로 되어 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물량을 쏟아내고 보유의무 확약기간이 풀리면 SK바이오팜의 유통물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주가가 요동을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4. 모 회사 SK의 주가 흐름
SK는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지난 2일 상장 이후 3거래일째 상한가를 달리고 있지만 정작 모기업인 SK는 사흘 연속 주가가 떨어졌다.
SK의 주가는 7월 6일 기준, 전거래일보다 1만원(3.7%) 내린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일에는 주가가 6500원(2.3%), 2일에는 주가가 1만8500원(6.2%) 각각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SK의 주가는 SK바이오팜이 상장되기 직전인 1일 종가의 29만7000원에 비해 11.8% 빠졌다.
이는 SK바이오팜이 공모가 4만9000원에서 6일 21만4500원으로 5.4배 수직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SK의 주가는 SK바이오팜이 상장되기 전인 6월 16일에는 고점인 33만2000원까지 찍었으나 SK바이오팜의 상장 이후 주가가 되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SK는 SK바이오팜의 지분 75.0%(5873만4940주)를 보유하고 있고, 이는 시가로 12조5986억원에 달한다.
SK는 6일 보통주 시가총액이 18조4344억원에 이르며 시가총액 종목 순위로 1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SK텔레콤은 순위 16위이며 SK바이오팜은 6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전거래일 22위에서 17위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SK바이오팜의 성공적인 IPO(기업공개)와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모기업인 SK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상장에 따른 모멘텀이 소멸되고 SK의 밸류에이션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상장은 SK에 악재가 아니다”면서 “SK바이오팜의 주가 상승시 SK의 밸류에이션 매력은 높아지게 된다”고 분석했습다. 또한, “SK는 SK바이오팜의 지분 보호예수기간인 6개월 이후 지분의 추가 매각 가능성이 있다”면서 “SK는 SK바이오팜 지분을 장기적으로 50% 수준까지 낮추면서 주당 16만5000원을 기준으로 3조2200억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주가 상승시 SK의 보유지분 가치도 올라가고 밸류에이션 부담은 낮아질 것”이라며 “SK바이오팜 이후 SK실트론과 SK팜테코 등 SK가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들의 가치도 재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향후 전망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한미약품 등 최근 문제가 불거진 바이오기업들 대다수가 임상3상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여 FDA의 승인을 받은 것만으로도 SK바이오팜에 대한 시장 기대가 높다.
그런 이유로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본 증권사들은 에스케이바이오팜이 제시한 공모가 상한선 4만9천원을 훌쩍 넘긴 5만9792원을 평가액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도 836:1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게 크다. 에스케이바이오팜은 지난 2011년 설립된 이래 한 번도 영업적자를 면한 적이 없다. 연구개발비와 원재료 매입비 때문인데, 만약 신약 판매가 부진하면 손실을 메우기 어려워진다.
주관사인 엔에이치투자증권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에스케이바이오팜이) 미국 내 의약품 판매 경험이 없는 점, 제품이 미국 환자들과 의료진 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점, 경쟁기업의 공격적인 약가 인하 리스크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매출이 부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마케팅 부진도 변수로 꼽았다.
그래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셀트리온 그룹과 함께 K-바이오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잘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
출처: SK바이오팜, 한국경제, 매일경제, 조선비즈, 연합뉴스, 팍스넷, 한겨레, 조세일보, 메디게이트, 뉴스웨이
뜨리스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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