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이전에 포스팅한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메카니즘을 설명한 글에서 비메모리 업체의 업황이 메모리 업체의 업황에 비해 선행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을 이해할 때 비메모리 부분의 업황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메모리 사업은 메모리와 달리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설계하는 Fabless 업체와 생산을 해주는 Foundry 업체로 value chain이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비메모리 value chain 상에 있는 Fabless 업체와 Foundry 업체는, 메모리 value chain을 점유하고 설계와 제조를 모두 하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방식의 업체(e.g. 삼성전자, SK Hynix, 마이크론)와는 달리 업체가 다양하다.
잘 알고 있는 Intel, AMD, NVIDIA, Texas Instruments, 퀄컴, 브로드컴 등이 크고 유명한 비메모리 업체인데, 이중 Intel은 자체 fab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다른 Fabless와는 다르다. 과거 CPU 제조하기 위해 고집적도 고성능의 공정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Fab을 운영해왔었다.
Taxas Instruments의 경우 역시 Analogue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는데, 이를 위한 자체 fab을 운영했었다. 최근에 정확한 data를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요새는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생산 capa를 줄이고 설비 투자를 많이 하지는 않아서 자체 생산 비율이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두 회사를 제외하면, AMD를 포함한 대 부분의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fab을 운영하지 않고, 운영하더라도 소규모의 pilot 형태의 fab만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생산해주기 위한 Foundry 업체가 필수적인 것이다.
기존에도 기계와 전자제품들의 자동화, 전동화 진행됨에 따라 많은 영역에 비메모리 반도체가 소요되어 오고 있었으며, 최근 IoT, 인공지능 트렌드 확산에 따라 이전보다 더욱 많은 종류와 양의 비메모리 반도체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생겨나고 있고, 이를 만들어주기 위한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체들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을 담당하는 Foundry 사업의 경우에는 설비투자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수의 업체들만이 생존한 상황이다.
Foundry 전문업체 중 가장 큰 업체는 대만의 TSMC이며, 그 외 UMC, SMIC, 글로벌 파운드리같은 업체들이 선도 업체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노후공정 fab을 파운드리 용 fab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용 AP(Application Processor), DDI(Display Driver IC), CIS(CMOS Image Sensor)와 같은 자사의 비메모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순수 Foundry 업체로 가장 큰 업체가 바로 DB하이텍이며, DB하이텍은 국내 최초로 Foundry 전문 업체로 나선 반도체 회사이다.
1. 기업 개요
DB하이텍은 DB그룹에 속한 기업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회사이다. 파운드리란 생산 시설을 갖추고, 고객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탁 반도체 제조 사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적은 좋지 못하여 매년 수백억에서 천억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해왔고, 2014년에는 매각이 추진되기도 했다. 또한 동년인 2014년 9월 한화증권에서는 동부하이텍을 현대상선, 한국화장품, 넥솔론, STX그룹주 등과 함께 고위험등급 주식으로 분류했다.
다만 파운드리가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할때 동부하이텍의 해외 매각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대한민국 내에서 조성되기도 해서 LG전자와 SK측으로 매각이 무게가 실리기도 했는데, 두 그룹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각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행히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지 13년만인 2014년에 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했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2016년 산업은행은 매각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2. 턴어라운드: 어두운 터널을 뚫고
빚더미에 시달리던 국내 중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 DB하이텍이 금융 중심 DB그룹(옛 동부)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다. 2조원 가까이 쌓였던 부채를 털어내고 수익구조를 정비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2019년 4월 10일에 발표된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말 7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91.0%로 떨어졌다. 자본총계가 5584억원으로 4년만에 4배 이상 늘어난 반면 부채총계(5081억원)는 40%가량 줄었다.
매년 이자로만 평균 4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했던 금융부채는 DB하이텍 발목을 잡아온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한창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주력하던 2000년대 초반 시스템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1조4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차입한 여파가 컸다. 2001년 파운드리 사업에 처음 뛰어들었던 DB하이텍은 시작하자마자 IT 버블 붕괴, 30년 만에 불어닥친 최악의 반도체 불황을 만나 고전했기 때문이다.
평균 9%대 이자율 때문에 영업이익을 올려도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3년 동안 이어진 영업적자만 3조원에 달했다. 영업적자와 부채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차입금이 한때 2조원까지 늘었다. DB그룹 안팎에서 사업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DB하이텍은 그러나 2000년대 보유 자산·부동산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덕에 선진 파운드리 기술개발, 핵심인력 확보에 매진할 수 있었다.
악화일로를 걷던 DB하이텍의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신디케이트론 리파이낸싱으로 금리를 3.4% 수준으로 낮추고 장기차입금을 조기상환하면서 금융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수혈 효과도 적잖았다.
하지만 업계는 DB하이텍 사업구조 개편 효과에 더 주목했다. 2013년 중국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국내 비중을 줄이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성과가 나타나면서 수익구조가 탄탄해졌다. 2014년까지도 60%가 넘었던 국내 매출 비중이 지난해 20%로 줄어든 대신 중국과 미국시장 매출이 각각 40%대, 10%대로 확대됐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는 4차 산업혁명 수요로 가속이 붙었다.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IoT(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 시장 성장세는 메모리반도체 성장세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2018~2022년 전체 반도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3.4%인 데 비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는 4.8%로 예상된다.
2019년에 메모리반도체 성장세가 꺾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토막 실적 충격에 맞닥뜨렸지만 DB하이텍은 지속적으로 실적 개선을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2019년에는 연결기준 매출액 8,074억, 영업이익 1,813억, 순이익 1,046억원을 달성했다.
3. 주요 제품 및 사업
DB하이텍은 Analog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와 병행하여 자사 제품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1) 파운드리 사업
공정 Shrink를 통한 효율 향상, Product Life Cycle 연장, 특화 공정 확대를 통한 수익률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Mixed Signal 제품 및 고객 확대, Analog 공정 특성 강화 및 신규공정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CIS 공정은 Mobile 용 Mega 제품에 대한 수주 확대 및 Non-Mobile 용 제품에 대한 개발/신규 고객 발굴로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Flash 공정은 기존 Standalone Flash 외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공정기반의 Embedded Flash(eFlash) 공정개발을 완료하여 양산 중이며, 사업확대를 위해 MCU, Touch Sensor 시장 등을 목표로 전략 고객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2) 브랜드 사업(자체 설계 & 생산 제품)
Display 구동 IC 사업은 TV, IT 및 Mobile 용 등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UHD TV, OLED 관련 제품 등 고성장 분야에서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등 해외고객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신규고객 발굴,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VR/ AR, 자동차 등 새로운 성장분야에서의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Mobile / UHD TV / OLED TV 관련 제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사실 대표적 비메모리인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필요한 기술의 약 1/6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시스템 반도체의 기술 특허 출원 통계를 보면, 파운드리 업체가 상당히 높은 수위에 있으며, 실제 DB하이텍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출원한 특허 데이터 순위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중 2위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실적 개선과 앞으로의 실적 전망이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기술과 제품 역량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4. 향후 실적 전망
4.1. 최근 실적 개선 추이: 수요 확대(PMIC, DDI, CIS)와 미중무역분쟁의 수혜
최근 중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DB하이텍 몸값이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23%에서 40%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 기간 주가도 85%(26일 종가 기준)나 뛰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갈아치운 데다 올해 1~2월에도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캐파(생산여력)에 비해 수요가 몰리고 있어 가동률 100%를 거의 유지하고 있다"며 "대기 물량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12인치(300㎜)가 아닌 8인치(200㎜) 공정에 특화된 업체다. TSMC, 삼성전자가 300㎜ 웨이퍼(반도체 원재료)를 이용해 5G(5세대) 통신 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그래픽 칩 등을 대량으로 생산한다면, DB하이텍은 200㎜ 웨이퍼로 카메라 이미지센서(CIS), 전력관리칩(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다품종을 소량 생산한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전체로 보면, DB하이텍의 시장점유율은 1% 정도(트렌드포스, 지난해 4분기 기준)로 미미하다.
그러나 8인치 파운드리 시장만 놓고 보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 최근 미·중 패권전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중국 내 생산·물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라인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DB하이텍은 월 12만2000장 정도의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충북 음성, 경기 부천에 두고 있다. 실제 최근 중화권 고객사로부터 CIS 수주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겨울(12~2월)에도 가동률이 100%에 달하고 있고, 3월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8인치 파운드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신규 라인 증설은 아직 시장을 좀 더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은 최근 8인치 수요가 늘면서 본격 도약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807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올렸다. 사상 최대치였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DB하이텍은 올해 다시 이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과의 장기 계약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물량 변동이 크지 않고 재고 부담이 없어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단기 악재에)영향을 덜 받는다"며 "특히 DB하이텍의 경우 이미 수개월치 생산 대기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중국 매출 비중이 3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올해도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4.2. 순이익 측면의 Risk 요인: 보유한 그룹내 자회사 지분의 부실화
지난 3월 10일 금감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지난 5일 정정공시를 통해 2019년 순이익이 1046억 원을 기록해 기존에 공시한 1227억 원보다 181억 원 감소했다. 동시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지난달 10일 발표 당시 1623억 원 대비 183억 원 빠진 11440억 원으로 정정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보유 유가증권 평가손익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9년 9월 말 기준 타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DB하이텍은 DB그룹 내 동부철구(지분율 49.71%)를 비롯, ▲동부월드(18.35%) ▲DB저축은행(1.15%) ▲DB메탈(24.80%) ▲DBH USA(100.00%)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최초 취득금액은 동부철구 24억 원, 동부월드 230억 원, DB저축은행 140억 원, DB메탈 778억 원, DBH USA 56억 원이다. 비계열사로 웰랑 지분(5.61%)도 27억 원에 취득해 갖고 있다.
한 공인회계사는 "감사인이 회계감사하면서 (지분 가치) 평가를 받으라고 한 것 같다"고 했다.
비록 영업실적과는 무관한 이슈이긴 하지만, 지분 가치 하락은 그만큼 계열사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므로 DB하이텍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측은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굳이 얘기한다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보유 지분 평가는 여러가지 경영환경과 회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 감사인과 협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재무적인 측면에서 앞으로 이 부분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하나금융투자, 한국IR협회, 비즈조선, 머니투데이, 뉴스핌, KDB산업은행
뜨리스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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